상큼해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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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음악생활

'만프레드 슈나이더의 작품 세계'를 보고…

상큼한 김선생 2009. 3. 28. 23:06
오늘 제주윈드오케스트라의 제7회 정기연주회를 보고 왔다. 이번 연주회는 '만프레드 슈나이더Manfred Schneider(1953~2008)의 작품세계'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원래는 작곡가 본인을 직접 초청하여 지휘, 연주하는 연주회지만 작년 가을에 Jeju-Sinfonie를 유작으로 남기고 타계하여 다른 이가 지휘했다.
공황발작 때문에 인터미션 전까지 모든 악곡에 대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어렴풋하게 남은 느낌으로 대부분의 곡이 작곡가의 색보다 관악합주 자체에서 나오는 색이 더 짙은 곡들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후반부의 두 번째 곡 Patchwork(solo trumpet with band)였다. 국내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라는 안희찬씨의 솔로로 연주한 곡인데, patchwork라는 말 그대로 콘서트밴드와 트럼펫 솔로가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 애매한 곡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왜 저렇게 동떨어진 것 같지?', '안희찬씨가 설마 따로 노는 건가?' 어쨌든 악기가 너무 애매하게 튀는 듯 안 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좋다면 제목에 걸맞는 제대로 된 해석. 아니라면 튀는 이상한 연주.
후반부의 첫 번째 곡인 New age rock과 세 번째 곡인 Rock sinfonie는 딱 콘서트밴드의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 드럼비트와 화려한 관악 선율이 나는 좀 지루했지만, 졸리지는 않았다. 무난했다. 별 느낌도 안 들었다.
후반부 네 번째 곡은 고인의 유작이자 초연되는 Jeju sinfonie였다. 합창이 함께 하는 곡이었는데, 이곡의 가사를 따로 인쇄해서 나눠준 덕에 A4지를 쳐다본다고 곡에 집중도 안되고 안 보려고 해도 보게 되어 좀 짜증났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초연되었을 때 사람들의 심정이 이랬을까? 또 하나 더 지적하면, 솔직히 가사가 영 아니다. 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가사하고 안 어울리는 부분도 꽤 많은 편이었다. 문장의 흐름과 맞지 않는 리듬, 그게좀 아쉬웠다.
마지막 곡인 Song of freedom 역시 합창이 함께 하는 곡이었다. 가사는 잘 안 들렸지만 이게Jeju sinfonie보다 더 가사와 잘 맞는 것 같았다. 흐름이 조금 더 잘 느껴졌다.
마지막 앵콜은 엄청나게 안타까웠다. 합창단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으니; 그럴 거면 앵콜을 하지 말던가, 합창단을 빼든가 하지.... 불쌍한 합창단ㅠㅠ

내가 너무 성격이 안 좋은가? 계속 숨이 막히고, 불안한 상태에서 들어서 더 안 좋게 들린 것도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종일 어제 죽인 바퀴벌레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려서 많이 힘들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