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해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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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커피향기

카페 라떼

상큼한 김선생 2009. 6. 7. 19:12

카페 라떼는 정말 오묘한 음료다. 스팀으로 뎁힌 우유를 커피와 섞어주어 에스프레소의 힘을 약화시켜 마시기 편하게 하는 것은 기본. 뜨거운 우유와 섞인 에스프레소의 융합은 화학적 융합처럼 강력하게 달라붙어있다. 폭발하듯 산화된 수소로 생긴 물과 '수소와 산소'의 대립된 모습처럼. 완전히 달라보이는 것끼리 처음부터 그랬던 것 처럼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맛을 만든다.

덤으로 얹은 우유 거품으로 예쁜 모양을 내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다. 뭔가 재료를 첨가하기도 하지만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거품을 커피우유와 섞거나, 이리저리 흩어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라떼를 마시면 이 아름다운 라떼 아트가 사라질까 두려워 마시길 꺼려한다. 잘 만든 작품이 오래가듯, 잘만든 라떼는 다 마실 때까지 그 작품의 모습이 살아 있다. 물론 조금씩은 찌그러지긴 하지만, 무슨 예술작품이든 세월이 지나며 산화되며 조금씩 깎여나가는 법.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라떼를 만들어 마셔주면 되니까 ^^

이런 아름다운 라떼 아트와 커피와 우유의 완벽한 조화에도 주재료인 커피에 문제가 있다면 맛있는 느낌을 받을 수 없고, 마시면서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어떤 음식이든 가장 중요한 건, 재료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그 음식의 주인공이 되는 재료의 조리. 그 다음이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의 조리. 그 다음이 주재료와 부재료를 함께 조리하는 것. 그 다음이 꾸민 모양이다.

그런면에서 커피음료는 쉽지 않다. 많은 음식들이 부재료의 힘으로 주재료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데 커피는 워낙 강해서 부재료의 힘으로 주재료의 힘을 꺾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꺾는 것 자체가 '커피'를 기반으로 한 음료로서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하고…

특히 에스프레소 음료는 쉽지 않다. 에스프레소는 맛있게 만들기도 쉽지 않고, 핸드드립 커피보다 맛이 훨씬 진한 농축액 같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의 노란 거품, 크레마에 문제가 생긴다면 첫 맛이 망가진다. 크레마 역시 뜨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피가루가 에스프레소를 만들면서 통과해 나온다면, 그 역시 문제가 생긴다. 끝에 가라앉은 탄 커피가루가 움직이면서 숯이 뭘 흡착하듯 불쾌한 맛이 혀에 착 감기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인공임을 꼭 밝히는 이 튀는 배우 에스프레소를 뜻대로 다룰 수 있을 때, 라떼의 예술성 역시 살아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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