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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활

하프 마라톤의 추억

상큼한 김선생 2009. 12. 6. 23:31

오늘은 포스팅을 뭘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은 일기 쓰기도 싫고 시사적인 것을 써볼까 하고 뉴스를 보기위해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다. 사회면을 뒤적거리다 연예기사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남격’ 눈물의 하프마라톤 완주, 시청자 감동봇물 ‘눈시울 뜨거워’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에서 하프마라톤을 뛰었다.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였다는 내용. 윤형빈의 역전드라마, 김국진의 조용한 완주, 이정진의 고관절 통증에도 불구한 힘겨운 완주, 김성민, 이경규, 그리고 국민약골 이윤석의 완주. 12년 전이 생각났다.

1997년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천식 때문에 주 2~3회 외출하여 병원에 다녀올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뛰는 것 따위야 별로 숨 찰 것도 없었지만, 평소에 항상 숨이 차서 한숨 비슷한 숨을 내쉬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마라톤을 권유했다.

“W, K 형제가 하프 마라톤 완주했다더라.”

이 말을 덧붙이면서…

아버지의 권유에 나와 동생은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 둘 다 하프코스. 초등학교 5학년인 동생에게는 쉽지 않았겠지만, 동생은 친구까지 한 명 꼬셔서 함께 출전하기로 했다. 신청은 아버지가 대신 해주셨다. 마라톤 관련 지식이 아무 것도 없었기에 따로 준비한 것은 없었다.

마라톤 당일, 제주 종합 경기장에서 시작했다. 번호표를 달고 출발선으로 갔다. 5km, 10km, 하프코스, 풀코스 모두 같은 출발선이었다. 운동 선수들도 꽤 많이 보였다. 같은 학교 레슬링부 친구들도 있었다. 이 녀석들은 5km 코스, 나는 하프 코스. 으쓱.

모두 같은 길로 갔고, 중간에 반환점만 달랐다. 5km 코스 반환점까지는 굉장히 편하게 달려갔다. 사람들이 주욱 빠지고나니 조금씩 힘이 들었다. 10km 코스 반환점을 지나자 달리는 사람이 앞뒤로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동생도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숨이 차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온 몸이 쑤시고 다리의 힘은 점점 풀려갔다. 나를 역전하는 사람들을 용납할 수 없어 발악했지만, 체력은 역전을 허락했다. 중간 중간 급수대와 간식은 나를 살게 해줬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반환점을 돌았다. 반환점을 돌고 1~2km를 더 뛰었을 때 쯤 동생이 보였다. 서로 자기 몸 가누기도 벅찬 상태였고, 묵묵히 뛰었다. 나는 지금까지 온 것의 반만 더 뛰고 포기하자라는 말을 1km마다 중얼거렸고, 중얼거림에 힘 입어 하프 코스를 두 시간 반만에 완주했다.

완주증을 받고, 동생을 기다렸는데 오질 않았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었더니, 동생은 중간에 쓰러져 산소 공급을 따로 받으면서 까지 왔다고 했다. 나는 쓰러지는 것 없이 무사히 왔는데 동생은 쓰러지면서까지 완주했다니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동생의 완주시간은 세 시간 반.



아버지는 이 완주증을 학교 가서 제출하면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면서 갖고 가라고 했다. 갖고 갔더니 선생님들은 조회대에서 상을 줄 수는 없다며, 2학년 교무실에서 간단하게 수여식(?)을 하고 공책을 몇 권 선물로 주셨다.

흐뭇하다. 그때 정말 열심히 뛰었었는데… 남자의 자격 다운 받아 볼 돈은 없고, 쿡티비 다시보기 무료되는 다음주 일요일에나 다시보기로 봐야겠다. 재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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