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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잡지를 만들어보자

상큼한 김선생 2009. 12. 8. 22:49

병원에 갔다가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B누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신제주 F카페의 위치를 물어본다. 말로 설명했는데 누님이 알았다고 하고서는 신제주에 있냐고 묻고는 알았다며 끊었다. 아차, 커피를 사달라고 할 걸 그랬구나! 잠깐 망설이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 기홍아 왜?”

“누님, 저 가면 커피 사주시나요?”

“어, 사주지. 어딘데?”

“시청이요.”

“머네. 알았어.”

“빨리 갈게요. 흐흐”

F카페 앞으로 가는 버스 노선은 두 개다. 하나는 엄청 돌아가고, 하나는 좀 덜 돌아서 간다. 두 버스 노선이 다 지나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아차, 좀 덜 돌아서 가는 버스가 가버렸다. 이런, 시간을 지체하기 싫어 엄청 돌아가는 버스가 먼저 오길래 탔다.

제원아파트 가기 전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그리고 뛰었다. 버스로 뱅 돌아서 가면 15분 쯤 걸리는데 뛰어가면 5분 정도 밖에 안 걸린다. 시간을 아끼는 방법은 몸을 쓰는 것이 최고다. 이런 저런 계산을 하며 열심히 뛰어 F카페에 도착하니 B누님이 있었다.

B누님은 다른 일행분하고 있었다. 메이크업, 네일아트, 가게 등 등 이야기를 하는데 뭐 끼어들 수도 없어 가만히 있었다. 한 사람이 잠깐 들어와서 이야기가 길어지길래 심심해서 아이팟 터치를 만지는데 호기심을 보인다. 또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열심히 아이폰 사라고 꼬셨다.

이야기가 다 끝나고 일어섰다. 전에 연주 이야기했던 곳이 이 카페라고 하자 B누님은 사장님께 여기서 연주해주면 커피 공짜로 주냐며 물었다. 그렇다며 해주라고 하자 B누님은 나에게 누구 누구 모아서 우리 꼭 연주하자며 이야기를 건내고는 먼저 갔다. 나는 남았다.

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의 에너지 이야기,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 이야기,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라는 책 이야기. 그러다 재미있는 일,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잡지 만들기와 곡 쓰기. 올해나 내년 초 잡지 1호를 발행하자!

오후 6시가 넘었다. 인사하고는 집으로 움직였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표지 포함해서 8면 정도의 잡지를 만들어보자. 기사가 모이면 발행하는 걸로 하고, 인쇄는 어떻게 하지? 배포는 어떻게 하지? 디자인은 어떻게 하지? 거기는 꼭 보내야겠어.

집에 들어와서 밥 먹고 쉬던 중이었다. 아버지가 고기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고기국수를 먹으면서도 별 생각을 다 했다. 여기 사장님 인터뷰를 따 볼까? 아, 고기국수 맛있네. 고기국수 투어를 해서 써볼까? 등 등 온통 잡지 관련된 생각만 들었다.

웬만하면 올해 안으로 발행을 하고 싶다. 흑백에 A4용지 두 장을 반 접어서 만든 8페이지짜리 소책자 수준이라고 해도 좋다. 1면은 표지, 2면은 발행인 겸 편집장 겸 유일한 기자인 나의 창간인사. 3면은 추천 여행지, 4면은 내 글, …, 8면은 축하 인사.

누가 어디에서 무슨 돈으로 만들까?」라는 시사인 기사를 본 것이 기억나서 더 흥분하기도 했다. 친구한테 단편 소설 한 편 부탁하고, 내 소설도 쓰고…. 한 것도 없는데 벌써부터 흥분해서 몸이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 아니면 인터뷰할 사람이라도. 누구든 좋은 말씀해주실 분은 없을까? 아니면, 잡지에 블로그에 쓴 글이라도 「기고」해 주실 분? 보답할 방법은 생각해 보겠습니다.

으으으,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글을 써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