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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히어로」 믿고 싶은 것과 진실을 이야기하다

상큼한 김선생 2009. 12. 17. 23:50

세상은 영웅을 찾는다. 하지만, 그 영웅은 진정 사람들을 위하는 영웅이 아니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영웅일 뿐이다. 진실이 어떻든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믿어버린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저거 봐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이 진실은 내게서 멀어진다. 드라마 “히어로”는 오늘 그 이야기를 직접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믿고 싶은 말을 해”

어제 9화에서 용덕일보는 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 후보 최일두와 전 조폭이자 용덕일보의 사장인 조용덕의 대화 육성을 공개한다. 조작할 수도 있지 않냐는 것에 대비하여 성문 분석마저 하는 철저함을 보인다. 공소 시효 이야기에 최일두의 자식을 낳은 박수정사장을 내보여 증언시킨다. 그리고 최일두가 체포되었다. 하지만, 진범이라고 자수했다는 사람의 말 하나에 물거품이 되고만다.

오늘 10화에서 용덕일보는 당황했다. 울분을 터트렸으나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최일두와 박수정 그리고 그 둘의 아들인 죽은 최한결이 함께 나온 사진, 한결이의 그림 등을 내보내며 반박했다. 하지만, 그들은 반박하지 않았다. 비겁하게도 박수정을 꽃뱀, 아들을 이용한 나쁜 여자로 만들고, 박수정을 납치한 이와 연인 관계였다고 공격한다. 거기다 모르는 척 한결의 유골함에서 우는 연기를 하여 철저하게 우회 공격을 했다. 심지어는 댓글 알바까지 풀어가며 악플로 박수정을 괴롭혀 자살 기도까지 하게 만들었다.

최일두가 한결의 유골함에서 우는 연기를 할 때 찜질방에서 아줌마들의 대화가 나왔다.

“진짜 자기 자식을 죽였다면 저렇게 울겠어?”

“그래 맞아.”

우리는 쉽게 납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스스로 믿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닐까? 진실 따위는 관계 없이 내가 원하던 상황이 오면 납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대정신(Zeitgeist)를 보고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더 직접적이다. 누군가 속이기 전에 우리 스스로 우리를 속이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진실을 좋아하기보다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을 들으려고 찾는 것이 뉴스 아니었나? 뉴스를 보고 믿고, 믿은 바대로 나오면 더 믿는 순환적인 믿음. 히어로에서 희망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진실이 이기는 모습을…. 혹시 이런 나도 보고 싶은 걸 보려고 하는 걸까?

덧, 드라마 「히어로」에 나오는 용덕일보 실제 사이트가 있다. 나름 재미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들어갈 수 있다.
용덕일보(http://yongde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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