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이제 나의 이야기도 거의 끝나가는 것 같군. 페스테로스, 브라카두르, 성서, 우르디아…그리고 지금 여기.
그와 도시에 도착하면 그는 항상 서점에 먼저 갔다. 서점에는 별별 책들이 다 있었다. 동화책으로 시작해서 금서까지 없는 게 없었다. 물론 금서는 꼭꼭 감추어져 있었지만, 금서 없는 서점은 없어 보였다. 금서는 특징이 있다. 일단 대체적으로 책꽂이에 꽂혀 있는 금서는 책 겉표지와 속표지가 달랐다. 그리고 만약 본의 아니게 그런 책을 사게 된 사람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입이 쩍 벌어지게 되었다. 금서는 다른 책에 비해 아무리 싸도 5배는 비쌌다. 같은 책의 가격을 무려 다섯 배로 부르는데 그 누가 입이 쩍 벌어지지 않겠는가. 멋모르고 금서를 집은 사람은 그 서점이 책값도 제대로 모르면서 장사한다고 욕을 하기 마련이다.
그는 서점에 가면 항상 책을 교환하였다. 어쩔 때는 책이 너무 헐었다고 퇴짜 당할 때도 있었다. 페스테로스는 책을 가죽 천으로 잘 싸서 다녔지만, 비를 많이 맞으면 가죽 속으로 물이 들어간다. 그리고 들판에서 먼지와 땀에 절은 손으로 책을 많이 만지다 보니 그의 책은 그다지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서점 주인이 책이 너무 헐어서 도저히 못 사겠다고 할 때마다 어떻게든 서점 주인을 잘 구슬려 책을 교환하였다.
그가 내게 읽도록 시킨 책은 한결같이 종교와 관련된 책이었다. 국교로 믿고 있는 종교의 성서는 물론이고, 별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종교의 성서까지 다 읽으라고 시켰다. 종교의 종류는 일신교, 다신교, 복신교등 손으로 꼽을 수 없었다.
"빠삭하게 알려 들지 말고 뭘 깨달으란 말야."
그는 내가 성서를 읽고 있을 때마다 그 말을 했다. 대체 뭘 깨달으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성서는 한결같이 착하게 살고, 신을 공경하라는 이야기뿐이었다. 거기서 도대체 뭘 깨달으란 거야. 그럴 거면 자기가 아예 종교 하나를 만들지.
우리가 파하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파하사는 떠돌이라면 누구나 아는 도시였다. 이단종교를 믿어 쑥대밭이 되어버린 도시였고, 그 작업을 샤카샤그님이 친히
하셨기 때문이었다.
"댜브, 오랜만이야."
으슥한 골목에 있는 조그만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페스테로스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구석에 있던 갈색머리의 어른이 벌떡 일어났다.
"어이구, 샤카샤그님 아니신가? 너 같은 놈이 여긴 또 왜 찾아왔어?"
둘은 힘껏 포옹을 했다. 잠시 후, 댜브란 사람은 나를 보았다.
"왠 꼬맹이야? 너 새끼야?"
"새끼는 무슨…길동무야. 재미있는 녀석이지. 자, 인사해. 이쪽은 ******, 이 분은 댜브. 내 친구이지."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 그따위야? 당장 갈아 치워."
그는 구석으로 가더니 두께가 어른 손바닥만한 책을 들고 나왔다. 새카맣고 너덜너덜해진 표지가 왠지 모를 으시시함을 연출했다.
"어디보자…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냐?"
"마법사요."
"크하하하하! 방금 말하는 거 들었어?"
그는 호탕하게 한 번 웃어 제꼈다. 페스테로스한테 하도 많이 당하던 거라 이제는 무덤덤해졌다. 그냥 나도 씨익 웃었다.
"나중에 샤카샤그님보다 위대한 마법사가 되서 이 집을 송두리째 날려드릴게요."
"크크크크크. 마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녀석이 마법을 쓰겠다니…그래, 너에게 좋은 이름이 있다."
그는 두툼한 책을 펼쳤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디브(Div)다! 이제 그 구질구질한 ******쓰지 마. 알았냐?"
"디브…? 무슨 뜻인데?"
페스테로스와 댜브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알 수 없는 긴장이 흘렀다.
"왜 하필 디브야?"
페스테로스가 댜브에게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댜브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우리 나가서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하지?"
댜브가 페스테로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페스테로스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 책, 절대 건드리지 마라. 그리고 담배피고 싶으면 펴도 좋지만, 여기는 환기가 잘 안 되는 거 잘 알고 피구."
둘은 문을 닫고 나갔다. 방에는 나 혼자 남게 되었다.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담배를 한 대 물었다.
'디브…? 디브란 이름에 페스테로스가 왜 저러지?'
담배 피고, 할 일이 없자 그 검은색 표지의 책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디브…저 속에는 그 답이 들어있나?
한참동안 책을 멍하니 쳐다보며 담배를 펴댔다. 어느새 방 안은 너구리굴이 되었다.
"캑 캑. 이제 나가봐야겠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마침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환호하고 있었다.
"뭘 하길래…"
그 때 보지 않았으면 하던 장면을 보게 되었다. 샤카샤그님이 탄 수레가 개선행진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브라카두르가 있었다.
"저 꼬마가 그렇게 강하다면서?"
"샤카샤그님이 후계자로 지목했대잖아. 그정도면 말 다한 거지."
나는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바보 브라카두르가 지금 샤카샤그님 옆에, 그것도 샤카샤그님의 후계자로 서 있었다.
"야! 집을 너구리굴로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 해!"
댜브와 페스테로스가 벌건 얼굴로 와서 나를 불렀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브라카두르…왜 하필 그녀석이 샤카샤그님의 후계자이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하필 그 녀석…브라카두르. 그 녀석의 집은 항상 부자였고, 귀족이었다. 그래서 그 녀석은 우리 앞에서 우쭐댔지만, 사실 그 녀석은 바보였다. 앞에서 말했듯 그 녀석은 자기가 왜 그날 다른 애들과 함께 일렬로 서 있었는지도 모르는 멍청한 애였다. 부모 잘 만나서 놀고 먹는 애가 왜 샤카샤그님의 후계자…신은 그렇게 불공평하다는 말인가! 물론 우리집이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잘 살 수 있는 녀석에겐 행운까지 같이 한다는 것을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저 꼬맹이, 대단하대. 샤카샤그가 겨우 쓰는 마법을 저 꼬맹이가 이번 전투에서 해냈다더군."
"너 이름도 샤카샤그잖아. 넌 그 나이 처먹도록 뭐 한거냐?"
"신이 나를 버렸나보지."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디브'란 내 이름과 항상 행운이 함께하는 브라카두르와 위대하신 샤카샤그님과 같이 떠돌아다니는 페스테로스와 환기도 잘 안 되는 방에서 사는 댜브란 사람과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지금껏 읽었던 성서들과 그 외 잡다한 모든 것…신이시여, 제게 뭐라고 답해주십시오. 왜 지금 내 머리 속에 수많은 것이 한꺼번에 떠오르는지, 그리고 왜 제게는 마력을 주지 않으셨는지…
"이놈, 자기 담배연기에 취했나봐."
페스테로스와 댜브는 나를 방으로 끌고 갔다.
이제 나의 이야기도 거의 끝나가는 것 같군. 페스테로스, 브라카두르, 성서, 우르디아…그리고 지금 여기.
그와 도시에 도착하면 그는 항상 서점에 먼저 갔다. 서점에는 별별 책들이 다 있었다. 동화책으로 시작해서 금서까지 없는 게 없었다. 물론 금서는 꼭꼭 감추어져 있었지만, 금서 없는 서점은 없어 보였다. 금서는 특징이 있다. 일단 대체적으로 책꽂이에 꽂혀 있는 금서는 책 겉표지와 속표지가 달랐다. 그리고 만약 본의 아니게 그런 책을 사게 된 사람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입이 쩍 벌어지게 되었다. 금서는 다른 책에 비해 아무리 싸도 5배는 비쌌다. 같은 책의 가격을 무려 다섯 배로 부르는데 그 누가 입이 쩍 벌어지지 않겠는가. 멋모르고 금서를 집은 사람은 그 서점이 책값도 제대로 모르면서 장사한다고 욕을 하기 마련이다.
그는 서점에 가면 항상 책을 교환하였다. 어쩔 때는 책이 너무 헐었다고 퇴짜 당할 때도 있었다. 페스테로스는 책을 가죽 천으로 잘 싸서 다녔지만, 비를 많이 맞으면 가죽 속으로 물이 들어간다. 그리고 들판에서 먼지와 땀에 절은 손으로 책을 많이 만지다 보니 그의 책은 그다지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서점 주인이 책이 너무 헐어서 도저히 못 사겠다고 할 때마다 어떻게든 서점 주인을 잘 구슬려 책을 교환하였다.
그가 내게 읽도록 시킨 책은 한결같이 종교와 관련된 책이었다. 국교로 믿고 있는 종교의 성서는 물론이고, 별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종교의 성서까지 다 읽으라고 시켰다. 종교의 종류는 일신교, 다신교, 복신교등 손으로 꼽을 수 없었다.
"빠삭하게 알려 들지 말고 뭘 깨달으란 말야."
그는 내가 성서를 읽고 있을 때마다 그 말을 했다. 대체 뭘 깨달으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성서는 한결같이 착하게 살고, 신을 공경하라는 이야기뿐이었다. 거기서 도대체 뭘 깨달으란 거야. 그럴 거면 자기가 아예 종교 하나를 만들지.
우리가 파하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파하사는 떠돌이라면 누구나 아는 도시였다. 이단종교를 믿어 쑥대밭이 되어버린 도시였고, 그 작업을 샤카샤그님이 친히
하셨기 때문이었다.
"댜브, 오랜만이야."
으슥한 골목에 있는 조그만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페스테로스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구석에 있던 갈색머리의 어른이 벌떡 일어났다.
"어이구, 샤카샤그님 아니신가? 너 같은 놈이 여긴 또 왜 찾아왔어?"
둘은 힘껏 포옹을 했다. 잠시 후, 댜브란 사람은 나를 보았다.
"왠 꼬맹이야? 너 새끼야?"
"새끼는 무슨…길동무야. 재미있는 녀석이지. 자, 인사해. 이쪽은 ******, 이 분은 댜브. 내 친구이지."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 그따위야? 당장 갈아 치워."
그는 구석으로 가더니 두께가 어른 손바닥만한 책을 들고 나왔다. 새카맣고 너덜너덜해진 표지가 왠지 모를 으시시함을 연출했다.
"어디보자…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냐?"
"마법사요."
"크하하하하! 방금 말하는 거 들었어?"
그는 호탕하게 한 번 웃어 제꼈다. 페스테로스한테 하도 많이 당하던 거라 이제는 무덤덤해졌다. 그냥 나도 씨익 웃었다.
"나중에 샤카샤그님보다 위대한 마법사가 되서 이 집을 송두리째 날려드릴게요."
"크크크크크. 마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녀석이 마법을 쓰겠다니…그래, 너에게 좋은 이름이 있다."
그는 두툼한 책을 펼쳤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디브(Div)다! 이제 그 구질구질한 ******쓰지 마. 알았냐?"
"디브…? 무슨 뜻인데?"
페스테로스와 댜브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알 수 없는 긴장이 흘렀다.
"왜 하필 디브야?"
페스테로스가 댜브에게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댜브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우리 나가서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하지?"
댜브가 페스테로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페스테로스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 책, 절대 건드리지 마라. 그리고 담배피고 싶으면 펴도 좋지만, 여기는 환기가 잘 안 되는 거 잘 알고 피구."
둘은 문을 닫고 나갔다. 방에는 나 혼자 남게 되었다.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담배를 한 대 물었다.
'디브…? 디브란 이름에 페스테로스가 왜 저러지?'
담배 피고, 할 일이 없자 그 검은색 표지의 책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디브…저 속에는 그 답이 들어있나?
한참동안 책을 멍하니 쳐다보며 담배를 펴댔다. 어느새 방 안은 너구리굴이 되었다.
"캑 캑. 이제 나가봐야겠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마침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환호하고 있었다.
"뭘 하길래…"
그 때 보지 않았으면 하던 장면을 보게 되었다. 샤카샤그님이 탄 수레가 개선행진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브라카두르가 있었다.
"저 꼬마가 그렇게 강하다면서?"
"샤카샤그님이 후계자로 지목했대잖아. 그정도면 말 다한 거지."
나는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바보 브라카두르가 지금 샤카샤그님 옆에, 그것도 샤카샤그님의 후계자로 서 있었다.
"야! 집을 너구리굴로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 해!"
댜브와 페스테로스가 벌건 얼굴로 와서 나를 불렀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브라카두르…왜 하필 그녀석이 샤카샤그님의 후계자이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하필 그 녀석…브라카두르. 그 녀석의 집은 항상 부자였고, 귀족이었다. 그래서 그 녀석은 우리 앞에서 우쭐댔지만, 사실 그 녀석은 바보였다. 앞에서 말했듯 그 녀석은 자기가 왜 그날 다른 애들과 함께 일렬로 서 있었는지도 모르는 멍청한 애였다. 부모 잘 만나서 놀고 먹는 애가 왜 샤카샤그님의 후계자…신은 그렇게 불공평하다는 말인가! 물론 우리집이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잘 살 수 있는 녀석에겐 행운까지 같이 한다는 것을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저 꼬맹이, 대단하대. 샤카샤그가 겨우 쓰는 마법을 저 꼬맹이가 이번 전투에서 해냈다더군."
"너 이름도 샤카샤그잖아. 넌 그 나이 처먹도록 뭐 한거냐?"
"신이 나를 버렸나보지."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디브'란 내 이름과 항상 행운이 함께하는 브라카두르와 위대하신 샤카샤그님과 같이 떠돌아다니는 페스테로스와 환기도 잘 안 되는 방에서 사는 댜브란 사람과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지금껏 읽었던 성서들과 그 외 잡다한 모든 것…신이시여, 제게 뭐라고 답해주십시오. 왜 지금 내 머리 속에 수많은 것이 한꺼번에 떠오르는지, 그리고 왜 제게는 마력을 주지 않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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