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8 00:02
<07>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식사를 하니 생각보다 즐거웠다. 그 이야기에 끼고 싶었지만 나는 아직 마딜에 가 본 적이 없다. 나도 마딜을 둘러보고 오면 저 이야기에 낄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지불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짐 꾸러미를 풀러 버릴 것이 있나 찾아보았다. 버릴 것은 없어 보였다. 침대에 걸터앉았다. 정말 오랜만에 앉아본다. 푹신한 느낌이 좋다. 오늘은 편히 쉴 수 있겠다. 노숙을 계속 하다보면 노숙이 불편한 줄은 모르지만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진다. 마딜…800년 동안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물음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800년 동안 조용하던 마딜을 전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범인은 다름아닌 우르간 대제국의 귀족들이었다. 황제 렐 7세에게 불만을 품은 귀족 중 상당수가 마딜로 쫓겨났다. 우르간 대제국의 황제 렐 7세는 예전의 황제들보다 마딜에 대해 관대했다. 그는 자신에게 불만을 품은 귀족들을 마딜로 보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이 평등을 부르짖던 자들이었다. 마딜로 쫓겨난 귀족들은 마딜에 오자마자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살던 우르간 대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해 보였던 것이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800년 동안 그들은 사회적으로 변한 것이 거의 없었다. 귀족도 없었고, 다른 지역에서 사상이라고 말하는 것도 없었다. 말그대로 신기한 오지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쿠햐드라스 공화국과 셀베티아 왕국은 우르간 대제국과 사이가 좋지 않아 국경왕래가 거의 없었고, 미샤드라스 왕국은 타라칸왕국을 통해 우르간과 왕래하고 있었다. 척박하고 험한 산골동네 마딜에 발을 디딘 나라는 800년 전 우르간이 전부였던 것이었다. 그들이 봤을 때 좋게 말하면 순수한 땅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미개한 땅이었다.

마딜로 쫓겨난 귀족 중 '라슈'란 자가 있었다. 그는 쫓겨난 귀족들의 참모급으로 잘 생기고, 얼굴이 반반한 청년이었다. 그는 우르간 대제국 국민에게만 인기가 좋은 사람이었다. 귀족에게는 전혀 인기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멍청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순박한 마딜인들에게 '현대적인 교육' 이라는 것을 시켰다. 너희는 왜 배고픈 것인가, 너희는 어떻게 해야 잘 살게 되는가. 내용은 간단했다. 렐 7세에 대해, 우르간 대제국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라는 것이었다.

마딜인들은 라슈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들 주변에는 부자가 없었던 것이었다. 어떤 게 부유한 것인지도 몰랐던 것이다. 그들은 철저히 자기가 생산한 것만 가졌기 때문에 부자가 어떻고 그런 것에는 관심이 아예 없었다. 결국 라슈는 자신의 계획을 포기했다. 마딜의 상황이 자신의 생각이 먹힐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그의 계획을 포기한 지 얼마 후 펠 7세가 대낮에 수도 한복판에서 암살당하자 마딜로 추방된 귀족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라슈 역시 우르간 대제국으로 돌아갔다.

마딜 사람들은 잠깐 이상한 손님을 맞은 정도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라슈는 우르간 대제국으로 돌아가자 단번에 수상으로 뽑혔다. 일반 국민들에게 인기가 좋은 데다가 귀족의 힘을 견제하기 위해 그가 적임자였기 때문이었다.

라슈는 남쪽 바다를 원했다. 언제까지 미샤드라스에 의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미샤드라스는 쿠햐드라스와의 전쟁에서 항상 먼저 시작하고 꼭 자신들이 지는 바람에 쓸만한 항구의 대부분을 잃고 말았다. 예상컨대 지금처럼 간다면 10년안에 미샤드라스는 자신들의 화물을 처리하기도 힘들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우르간대제국의 시장은 망하는 것이었다. 운송비가 턱없이 비싸질 것이다. 물가는 껑충껑충 뛸 것이다. 남쪽 항구를 얻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쿠햐드라스 공화국이나 셀베티아 왕국과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그 국가들과의 국경에서 바다는 멀고 멀었다. 무력을 사용해 남쪽에 항구를 하나 얻어낸다는 것은 전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우르간 대제국에게 남쪽 항구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쿠햐드라스 공화국 또는 셀베티아 왕국과 반드시 친해져야 했다. 그 국가들로 가기 위해서는 마딜을 거쳐 가야했다. 우르간 대제국은 마딜 땅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도록 해놓았지만 펠 7세가 귀족들을 거기로 마구 추방한 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Posted by 상큼한 김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