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해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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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사람

고백

상큼한 김선생 2010. 2. 17. 22:21

고백 하나 하기 전에 사과 먼저 할게요.

미안합니다.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어릴 때는 친구들 괴롭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저 자신이 놀림 받자 내가 했던 짓 따위는 잊고 싸움질만 했습니다. 내가 괴롭히는 것은 상관 없는데, 남이 나를 괴롭히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답니다. 참 못된 사람이었죠. 그런 내가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요?

생각해보면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뒤끝 많고 성질 안 좋은 것을 티 내고 다녔었죠.. 상대방이 기분 나쁠 것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고, 내 기분대로 행동한 것이 많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는 이유 하나로 있는대로 남의 성질을 긁기도 했었지요.

또 질투도 많고, 쪼잔합니다. 내가 남보다 소외되면 질투가 납니다. 내 상황이 어쨌건, 남 상황이 어쨌건 질투합니다. 겉으로는 체면 때문에 아닌 척하면서 뒤로는 혼자 속상해 합니다. 남과 비교할 게 아닌데 자꾸 비교하며 속상해 합니다. 내가 지는 것 아니냐는 질투 같은 감정 때문입니다.

그 질투를 알아챌까 속으로는 항상 전전긍긍, 겉으로는 착한 척 대범한 척 합니다. 누가 질투를 알아채고 말을 해줘도 똑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라며 성인군자인 척, 잘난 척 하죠. 혼자서 또 끙끙 앓다가 이야기할 수도 없고, 섭섭한 것도 참지 못해 혼자서 아파합니다.

이렇게 제 그릇은 작습니다. 그 크지 않은 그릇에 언제부턴가 미안함이 가득 쌓였습니다. 다른 것으로 채워도 모자랄 그릇에 미안함이 채워져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착하지 않게 살았기 때문이겠지. 지은 죄가 많으니 당연한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해봐도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가득 쌓인 미안함은 부끄러움과 섞이고 변화하여 죄책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죄책감이 나를 괴롭힙니다. 그 죄책감을 덜어내려고 하는 것조차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을 저질렀던 그 모든 사람들이 나를 용서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계 없이 괴로울 것 같습니다.

이미 미안함은 실제 관계의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나 스스로 옭아 맨 것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또 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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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전에 내가 만드는 잡지에 실으려고 쓴 글이다. 잡지에 쓸 글은 채워지지 않고, 계속 잡지 만드는 걸 미루다보니 보관만 하던 글이다. 지금은 심정이 또 다르다. 두 달 사이 더 많이 좋아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