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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영화보고

인물의 정서로 설득하려는 영화 "26년"

상큼한 김선생 2012. 12. 2. 13:36

씨네21에서 이웃사람의 20자 평으로 봤던, 김혜리 기자의 "서스펜스가 아니라 정서로 장력을 유지하는 특이한 스릴러"라는 평이 떠올랐다. 그 평이 이해 가는 신기한 같은 원작자의 다른 영화(평의 길이는 20자를 넘어간다).

강풀 만화는 김혜리 기자의 영화 이웃사람 20자 평처럼 정서로 유지된다. 정서가 중심이 되는 것이 당연한 순정만화 시리즈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아파트는 잘 기억 안 나고, 타이밍, 어게인 등의 미심썰 시리즈도 다 정서로 유지한다. 순정만화 보다 더 정서적으로 유지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원작 만화를 봤지만 내용은 내 머릿 속에서 많이 흐려져 있다. 영화는 원작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켰다. 그 덕분에 내가 아는 내용으로 계속 매꿔지는 게 있어, 영화 보는 중에는 삐그덕대는 게 잘 느껴지지 않았다. 도입의 애니메이션에서 정서적으로 울컥하는 것도 있었고, 충격이 쉽게 안 가셨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들 여력도 없었다.

옆에 아저씨 아줌마들은 몰입해서 보셨다. 줄거리 보다는 인물의 사연과 행동에 대한 정서적 몰입. 아주 적극적으로 감상하셨다. 티비 드라마 보시듯이 보시는 바람에, 친목 사람들과 단체 관람 온 기분이 들었다.

내용을 되새기면 되새길 수록 남는 건, 정서 뿐이다. 흐름은 점점 잊혀진다. 사연도 점점 깜깜해진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김주안이 광주 5.18 희생자의 아들이라는 것도 뜬금 없는 느낌이 들었다. 노숙자는 왜 나왔을까? 권정혁은 왜 갑자기 묶여 있지? 비슷한 구조라는 데는 전두환 방 앞 뿐. 그냥 무계획이었어? 툭툭 튀어나오는 게 꽤 많다. 아, 생각을 더 하면 할 수록 정신이 없다.

풀면 풀 수록 정서는 있고, 설득력은 부족하다. 아침드라마보다는 여유있게 찍는 만큼, 인물의 감정 표현은 그 자체로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거기까지다. 감정을 배제하고 설득을 위해 머릿 속으로 다시 훑으면 훑을 수록 감정을 다시 찾고 싶어진다. 그냥 먹먹한 느낌만 유지할 걸…

1. 만약 시간이 더 있었다면, 훨씬 낫긴 하겠지?

2. 예고편에서 나왔던 음악 중 하나는 왜 뺀 걸까? 싶은 부분이 있다. 예고편보다 나아 보이는 장면이지만, 몰입은 그닥…

3. 근데, 이 내용을 무리해서 이 시기에 개봉할 필요가 있었어? 지나치게 짧은 촬영기간과 후반 작업시간을 감수하면서까지? 영화가 목적이 아니라 자위가 목적이었던 거야?

4. 조조인데도 좌석이 꽉찼다. 흥행도 할 것 같고, 본전 이상은 뽑을 것 같다. 아, 이게 목적이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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