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해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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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연필흔적

모카항에서

상큼한 김선생 2009. 4. 3. 22:51
모카항에서

에티오피아 제국의 영광은 모카를 통해 남아있다.
예멘의 모카항은 제국의 영광을 실어나르던 곳.

제국의 영광,
모카향 가득한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나의 숨을 멎게 만들만큼 터진다.
고통스러울 정도의 오르가즘으로
제국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다.

초콜릿향의 다른 말 모카향은 어린 아이의 눈 같다.
작은 초콜릿 노동자의 눈은 나를 고통스러운 쾌감에 빠지게 한다.

제국의 영광은 다시 사라진다.
작은 초콜릿 노동자의 눈만 내 심장에 남아있다.

나는 작은 초콜릿 노동자의 눈을 피해 아이가 된다.
퀘퀘한 냄새나는 할머니 집에 숨는다.
도새기 통시에서 날아오는 도새기와 진흙에 쩔어있는 지푸라기 냄새
높이 걸려 있는 메주 덩이에서 나는 톡 쏘는 매운 냄새
나는 제주에 있으면서 인도네시아를 느낀다.
제주를 느끼면서 인도네시아에 있다.
작은 초콜릿 노동자의 눈은 끝까지 따라온다.

멀리 남미의 코스타리카 까지 도망가고 나서야 안 보인다.

갑작스레 예멘에서 짧은 치마 살랑 거리던 섹시한 그녀, 사나니가 떠오른다.
그녀 뒤에 있던 다른 작은 초콜릿 노동자의 눈이 떠올라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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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에 실으려고 썼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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