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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없다.

상큼한 김선생 2008. 10. 26. 02:45
지난 8월 마지막 토요일, 경남도민일보에서 주최한 경남 지역 블로거 컨퍼런스 마지막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각자 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불편한 말을 하는 이가 있었다. “저는 블로거는 아니지만 오늘 이자리에 참여했습니다. 여러 어려운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블로그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연히 블로그질을 몇 년 한 블로거들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한 문장 짜리 블로그도 많습니다.”라며 해명.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지금은 미안하기만 하다. 그 분이 어렵게 느낄 수 밖에 없게 취재가 어떻고, 언론이 어떻다는 말 정도 밖에 없었던 자리였다. 우리에게는 쉬운 말이고, 실제로 조금만 알아보면 어려운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거대 담론 같은 거창한 말이나 쉽게 되어 있지 않은 용어로 말하는 태도가 경외와 반발을 불러 참여를 막았다. 단지 글 쓰는 툴에 불과한 블로그를 몇 몇에게는 무슨 싸이질 보다 어려운 운동권의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버린 꼴이다.
올해 촛불 시위와 화물연대 투쟁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변화는 참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참여는 어렵지 않아 보이고, 나쁘지 않아 보일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촛불 시위와 화물연대의 투쟁은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자발적 나와 같은 편이 되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쉬웠고, 정당했으며 크게 위험하지도 않았다.거대 담론도 없었고, 나와 가까운 이야기였다. 그래서 ‘거대담론’씩이나 논하는 블로그질보다 부담 없다.
어떤이는 투쟁판, 어떤이는 시위, 어떤이는 데모, 어떤이는 집회, 어떤이는 문화제라고 불러온 것들은 사람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운동권만의 전유물로 평범한 사람은 끼어들 수 없는 무섭고, 위험하고, 내 모든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일 또는 평범한 이들에게 피해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 인식을 바꾸어 사람들을 편하게 했기에 촛불시위는 많은 이가 함께 할 수 있었다. 연대라는 것에 한 발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연대라는 것의 수단 중 하나는 너무 허무했다. 이 촛불을 서울시 교육감 선거로 가져가자는 허망한 연대. 느슨한 연대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서는 이 힘을 다른 곳으로 돌리자고 했다.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라는 것에서 승리하는 영웅을 만들어 뜻을 실현하자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승리 못했다. 여론은 어떻게 되었나? 패배감에 사로 잡혔고, 당사자는 영웅에서 추락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렸다.
영웅은 소극적인 연대조차 넘겨버리게 만드는 존재다. 슈퍼맨이 존재하여 사람들을 언제나 구해준다고 하면, 누가 위험한 사람들 도와주려고 하겠나? 배트맨이 악에 맞서자고 했다고 모두가 영웅을 추종하는 자경단이 되면 세상이 악에서 해방되나? 영웅을 만드는 전략은 언제나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영웅의 신념에 의존하지, 모두의 신념을 모아 바꾸겠다는 생각을 않게 된다. 히틀러를 추종하는 세상과 슈퍼맨 하나에 의존하는 세상, 두 세상 모두 파시스트의 세상이다.
변화와 참여는 영웅을 따르는 세상보다 더 큰 변화를 준다. 경외감을 가져 참여를 주저하게 된다면, 세상은 변화하지 않는다. 경외감을 갖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더 쉬운 말, 더 쉬운 이야기, 더 가까운 이야기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야 한다. 팽이는 혼자서 쉬지 않고 돌기에 발 하나로도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우리는 쉬지 않고 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쉬어야 하는 인간이다. 함께 세상을 들면 쉽다. 균형이 안맞아도 힘이 없어도 같이 들면 된다.

진보신당 진주지역 소식지 소금꽃 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쓴지 좀 된 글이지만, 소식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이제야 올립니다. 경남도민일보 블로거 컨퍼런스 후기 겸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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