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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

아프다

상큼한 김선생 2009. 7. 6. 23:21

사랑니를 뺐다. 사랑니가 갑자기 아팠다. 바로 치과에 찾아갔더니 엑스레이만 찍고 바로 빼준다. 빼면 덜 아프겠지 생각했는데 아프다. 내가 7,8년 전 쯤 처음 사랑니를 뺐을 때도 이렇게 아팠나? 5년 전 쯤 두 번째로 사랑니를 뺐을 때도 이렇게 아팠나? 기억나지 않는다.

차이점이 기억난다. 앞에 두 번은 여러 번 갔다. 그리고, 사랑니를 부수어서 뺐다. 오늘은 통채로 뺐다. 총같은 주사기로 두 대나 찔러서 마취를 하고, 펜치 같은 걸로 잡아 당긴다. 「잘 안 빠진다」, 「이가 잘 흔들리지도 않네」라 중얼거리시는 선생님. 그러면서도 이는 금방 빼더라. 1, 2분 정도만에 뺐을 것이다.

선생님은 이를 빼고 거즈를 바로 내 입 안에 넣은 후 「약 드시고, 내일 소독하러 오세요.」그러고는 바로 다른 환자를 보러 갔다. 뽑힌 이를 보니 컸다. 부서진 부분도 없다. 그 썩은 사랑니가 튼튼한 건지, 선생님의 기술이 좋은 건지. 여튼 이는 굉장히 컸다. 그래서 허전했다.

처음에는 좀 시원하더니, 슬슬 아파왔다. 예전에도 이렇게 아팠나? 예전에 했던 거라 별거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었나? 거즈를 갈면 덜 아플까 싶어 갈았는데도 아프다. 결국 거즈를 다 갈고 뺐다. 허전하다. 그리고 그 주위의 근육이 모두 쑤신다. 시간이 지나 좀 가라앉는가 싶더니 또 아프다.

포경수술을 하고 나서도 되게 아팠던 것 같은데, 별 것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지금이 더 아픈 것 같다. 어휴, 이 간사한 인간아! 너도 꼰대 다 됐구나. 어릴 때 힘들던거 별거 아니라며, 어리다고 무시하는 꼰대랑 니가 뭐가 달라? 그런 사람들에게 반항했던 니가 똑같이 됐구나!

부끄러워졌다. 마음이 좀 쑤신다. 그래도 지금 아프다. 현재의 고통이 곧 과거의 고통이 되겠지만, 어쨌든 아프다. 이렇게 또 입장이 막 바뀌어서는 니가 아이들을 이해하겠냐? 아니면 꼰대 입장만 이해하겠냐? 아프다는 것을 각인해야지. 그래야 덜 변하겠지.

양심의 소리, 내 안의 또 다른 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그가 「네놈이 변해서 그런거다」그렇게 외친다. 니가 그러고도 양심이냐? 「애들한테 나중에 취업이 더 힘들다며? 고3 별거 아니라며? 중3 별거 아니라며? 사춘기 별거 아니라며? 네가 죽으려고 지랄하고, 세상에 너만 힘들다고 한 거 기억 안나?」 아놔, 양심이 맞긴 맞구나.

「누구나 세상에서 제일 큰 고통이 있는 거다. 그때 그때 입장 바뀌는 거다. 입장 바뀌는 게 잘못은 아니다. 입장 바뀌었다고 잘난 척, 그때 지나면 별 것 아니었다고 다 아는 척, 그때는 그런 엄살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며 세상 좋아진 줄 알라며 선심 쓰는 척! 그런 척 하는 것이 잘못이다!」양심, 이게 양심에 찔리는 말만 하네.

그래 이 상황, 이 느낌, 이 양심. 간직 할게!

「"살기 좋은 세상(http://www.ytn.co.kr/_ln/030201_200906301410162863)" 요거라도 자꾸 보면서 곱씹으면 된다. 내가 꼰댄가 아닌가, 내가 배때지가 불러서 굶은 사람 심정을 모르는가 아는가, 명심해.」그래 알았다. 그래서 글 남기잖아. 잔소리 좀 그만! 「이게 아직 정신을! 못…」알았어 조용히 머릿 속에, 가슴 속에 잘 새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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