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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

마지막 날

상큼한 김선생 2009. 12. 9. 23:58

오늘은 서귀포 가는 날이다. 이제까지 서귀포에 애들 플루트 수업하러 간 날 중에 가장 특별한 날이다. 그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돈이 한 푼도 없다. 돈을 어떻게 하지? 마침 어머니가 부엌에 계셨다.

“엄마 나 3만원만 빌려줍써(빌려주세요). 오늘 마지막 날이라부난(날이라서) 애들 뭐라도 좀 사주잰(사주려고) 햄수다(합니다).”

“어, 알았져(알았어). 강사료 받으면 엄마신디는(엄마한테는) 뭐 맛있는 거 사줄거냐?”

“뭐 사드리카마씀(사드릴까요)? 생각해봅써(생각해보세요).”

점심을 먹고 다른 것을 준비하는 것이 있어서 글을 좀 썼다. 어제 하던 것을 마무리하는데 왜 이렇게 글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자꾸 고쳤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벌써 2시 40분. 간신히 마무리 했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지각하게 생겼다. 마지막 날인데… 어휴!

다 씻고 머리를 말리는데 어머니가 3만원을 바닥에 두고 가게로 올라가셨다. 잊으면 안돼, 잊으면 안돼 중얼거리다보니 어느새 머리가 다 말라 있었다. 아차, 3만원. 3만원을 들고 내 방으로 가서 잊기 전에 바지를 입고, 바지 주머니의 지갑에 돈을 넣고 양말을 갈아 신었다. 그리고, 반팔티 위에 긴 티셔츠, 남방, 자켓까지 다 입고서는 열심히 뛰었다.

다행스레 버스를 놓치지는 않았다. 시내버스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한 시간 여를 (버스가) 열심히 간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리고 보니 제주시와는 달리 서귀포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거의 그쳤는지 젖지도 않을 정도라 천천히 학교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잠깐 뭘 좀 궁리하는데 J가 들어왔다. 또 내 아이팟 터치를 빼앗아가서 논다. 오늘 보고나면 앞으로 볼 일이 없겠지? 에효. 아, 애들 뭘 먹일까? 흠… 피자!

교실 담당 선생님께 피자집 전화번호를 물어 피자를 주문했지만, 그 피자집은 멀어서 두 판(19,900원) 갖고는 배달하기 좀 그렇다고 했다. 어휴, 위치나 먼저 이야기할 걸. 학생 중에 아버지가 피자집을 하는 애가 하나 있었다. 그애한테 묻고는 바로 주문했다.

잠깐이나마 수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다그쳐 플루트를 연주하게 했다. 하나 하나 봐주는데, 이건 뭐 땡땡이만 치던 녀석들이라 난감한 상황이었다. 봐주는 것을 두 번 돌았더니 피자가 도착했다. 악기들을 정리하게 한 후 테이블을 정리하고 먹을 준비를 해놨다.

열심히 먹는데, 이 개념없는 1학년 남학생 둘은 이상한 장난을 친다. 먹고 있는데 혼 내기도 좀 그랬다. 마지막인데 저렇게까지 말을 함부로 하면 내가 상처 받는데… 어휴.

다 먹고 치우는데 3학년 H가 보였다. 왔으면 먹었을텐데, 아쉬웠다. H는 피클만 먹고 못 먹었다는 것만 아쉬움을 토했다. 하아.

의리있는 J는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 일지를 다 쓰고 J와 함께 학교 밖으로 나갔다. 나가며 J는 또 뭐라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정이 참 많은 아이다. 그래도 이 아이 하나 건졌으니 다행이지 뭐.

교문을 지나 J는 동쪽으로 나는 서쪽으로 그렇게 갈라져서 갔다. 마지막 날이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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