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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

과도한 긴장

상큼한 김선생 2010. 1. 20. 22:41
나는 과도한 긴장상태에서 살고 있다. 피해망상이라거나,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결심하거나 말한 것 때문에 발생한 긴장이다. 하기 싫다, 하고 싶다, 해야만 한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내 마음을 팽팽하게 긴장시킨다. 이 긴장은 내 생활을 엉망으로 만든다.

포기할 줄을 모른다. 포기해야 할 것도 끌고 나간다. 그렇다고 끈질기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깐 붙들고만 있고, 계속 미루거나 어설프게 이끌어 나가는 방어기제를 가졌다는 소리다. 이러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 편안하게 살아가겠지만, 나는 양심의 가책(?)이 굉장히 심하다.

나는 죄책감과 부끄러움 등의 감정을 구분할 수 있지만 분리를 못 한다. 그것들이 모두 뭉쳐 긴장을 더욱 더 강하게 하게 만들고, 긴장은 나를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든다. 일의 순서를 정리하지도 못하고, 일의 순서가 없기 때문에 산만하다. 산만함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것을 망친다.

최근에 만들기로 결심했던 잡지는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돈과 발행이라는 것에만 매달리다보니 내용을 채우는 것은 뒷전이고, 내용 중 하나로 기획한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행을 넣으려고 취재차 돌아다니다가 하필 강풍주의보에 아프고, 박물관 마을 건입동의 트레킹 코스가 완성되지 않아 소스가 애매해서 못했다. 거기다 다른 일을 더 벌이려고 생각한 덕에 고민하다보니 아무 것도 못 하고 있다.

새로 재미 있을 일을 생각한 것 중 하나는 이번 지방 선거 관련한 것이다. 도의원 예비 후보는 좀 약한 것 같아서 도지사 예비 후보를 등록해보려고 생각했다. 일종의 선거 참여 퍼포먼스로 “말을 들어주는 사람”, “돈 많은 지역보다 살기 좋은 지역, 살고 싶은 지역”, “남 보다 잘난 것보다 행복한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곳.”, “분열. 모두에게는 각자의 역할, 각자의 생각이 있다. 그걸 하나로 통일 한다는 것은 각자의 역할 마저 다 없앤다는 것이다” 라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해보려고 있다. 이것은 또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3월 15일로 예정된 공익근무요원 훈련소 입소가 겹쳐 내 속에서 큰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또 하나는 기존에 썼던 곡을 고치고, 완성하는 것이다. 이스마엘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을 표제로 삼아 표제음악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미 진행은 해놨지만 처음부터 새로 설계하고 싶었다. 줄기만을 갖고 만든 음악만이 아니라, 그리그의 「페르 귄트」처럼 특정장면을 위한 곡을 만들고 싶었다. 책을 빌려놓고 그것도 새로 정리 못하고 연체된 상태로 도서관에 돌려준 데다 책을 구입한다 한다 하면서 못 하고 있어서 그것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노래도 하나 만들려고 했다. 소설도 다시 쓰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들도 엉망이다. 여러 고민이 한 데 뭉쳐 긴장만 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요즘 하나 끈질기게 하고 있는 것은 커피 볶기. 수망으로 볶았는데 수망으로 볶은 것 답지 않게 잘 볶였다고 칭찬을 받고있다. 이것도 살짝 문제가 있다면, 커피를 보내주기로 해놓고 계속 시험해본다고 나도 못 먹는 것 때문에 하는 긴장.

작년 12월 27일 정기 연주회 때 다른 사람의 튜너를 빌렸다가 잃어버려서 그걸 사주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생기는 긴장, 오늘 운전학원에 3시간 의무 수강 중 두 시간 하고 자신감을 잃어서 생긴 긴장. 미칠 노릇이다.

어제 우울증 치료 때문에 다니는 병원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포기나 타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승화도 있다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듣고 기운을 차렸지만, 오늘 다시 기운을 잃었다.

여하튼 혼자만의 갈등 덕에 한동안 포스팅을 할 수 없었다. 오늘 포스팅이 기운을 차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1일 1문 50일에 도전해볼까? 에이, 훈련소 입소가 55일 남았는데… 군酒도 해야하고…

젠장, 또 갈팡질팡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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