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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는 성욕 때문? - 아동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 법안

상큼한 김선생 2010. 7. 16. 01:23

지난 6월 말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법안이 통과되었다. 2008년 발의되어 2년만의 일이다. 정확한 이름은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라는데 “치료대상”이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다. “치료대상”은 “만 16세 미만 아동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만 19세 이상의 상습 성도착증 환자나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는 초범”이다. “치료방법”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약물을 투입해 성욕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 법안이 싫다. 남성을 모두 예비 가해자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또, “약자에 대한 폭력” 대신 “성욕”을 문제삼아 성범죄의 문제를 “성욕”에 모두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라는 이름 아래 이중처벌한다는 것도 물론 싫다. 하나 덧붙이자면 치안을 강화해서 범죄를 예방하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주의에 물든 법안이라서 더 싫다.

“성욕”을 문제 삼는 것은 좀 문제가 많다. 성욕은 성폭력보다는 쌍방간의 합의에 의한 섹스. 또는 음란물, 자위, (논란의 여지가 좀 있을 수도 있지만) 매매춘 등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더 많다.

법무부는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투여와 심리치료 등의 방법을 통해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기간 동안 약화시키거나 정상화 시키는 치료”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들이 성도착증, 그것도 소아기호증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며칠 전 어린이를 성폭행하려다 이를 막는 할머니를 성폭행을 한 일이 뉴스에 나왔다. 많이 다른 예로 볼 수 있지만 이걸 보면 “모든 아동성범죄자 = 소아기호증환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폭력, 성범죄를 저지를 대상으로 약자를 고르는 것에 가깝다.

아동이든 성인이든 성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만만해보이는 존재다. 또한 치안의 사각지대에서 저지른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무관심하다. 관심 갖다 피해볼까 두려워한다. 이런데 성범죄가 일어나는 게 단지 성충동, 성욕때문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다르게도 생각해보자.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감시한다고 새로운 범죄자가 안 생겨날까? 그러면 공권력이 강한 어떤 국가들은 범죄율이 엄청나게 떨어지나? 처벌이 강해지고 검거량이 많아지면 치안이 좋아지나?

또 다르게 생각해보자. 발기부전 환자, 거세된 남자(과거의 내시나 카스트라토), 여자, 이 집단은 성욕이 없고 성폭력을 안 저지르나?

난 성폭력이라는 것이 폭력과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성폭력은 성과 관련한 것이 추가됐을 뿐이다. 폭력에 노출된 사람은 누구든 고통스럽다. 그 성폭력을 행하는 사람들이 성욕이 없다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사람들도 아니다. 폭력과 범죄라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성충동과 성욕에만 집착하면 성범죄를 예방할 수도 없고, 다른 형태의 폭력과 범죄로 전이 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약자에 대한 보호 없이 처벌과 기존의 범죄자 감시에만 치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존의 가해자만 집중한다면, 재범에만 신경 쓴다면, 신규 범죄자를 예방할 수 없다. 기존의 가해자만을 감시할 게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가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가해자 하나 줄이면 미래의 피해자 수는 하나 이상 줄어든다.

약물 치료라는 쇼에 신경쓸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처벌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예방만이 상처 받는 사람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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