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해서 괜찮아

배고픈 연주 본문

문화생활/음악생활

배고픈 연주

상큼한 김선생 2009. 11. 22. 00:29

오후 6시 10분 쯤 되어 찬조 출연하는 연주회장에 도착했다. 연주회를 하는 장소는 A교회 2층이다. 오늘 연주하는 오카리나 앙상블은 리허설을 다 끝냈는지 쉬고 있었다. 무대를 보니 오카리나 앙상블의 연주 대형에 맞추어 보면대 10개 가량이 일자로 세워져 있었다.

우리 팀 지휘자 선생님이 무대에 올라가더니 무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대로 뛰어 올라가 지휘자 선생님과 함께 정리를 했다. 보면대를 반원형으로 4개 씩 두 줄, 우리 팀이 연주하는 대형으로 맞춰두었다. 때 맞춰 우리 팀 사람들이 연주회장에 들어왔다.

“다들 악기 갖고 올라오세요. 리허설하게요”

지휘자 선생님의 말에 악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보통 때 같으면 조립하고 튜너를 갖고 윗관을 빼고 끼우며 조율한다. 그런데 오늘은 시간이 없어 연습실에서 조율할 때 했던 것 만큼 악기 윗 관을 빼서 눈대중으로 맞춰 조립했다. 나 역시 눈대중으로 대충 조립했다.

조립이 끝나고 다함께 무대에 올라왔다. 보면대 하나에 사람 둘. 연주 인원은 지휘자를 제외하고 16명이었다. 모두 보면대 앞에 맞춰서 서 있는 것을 확인한 지휘자 선생님은 조율을 하자고 했다. 피아노의 A음에 맞추어 확인했는데… 모두 한 번에 맞았다.

조율이 됐기 때문에 바로 리허설을 시작했다. 첫 곡은「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었다. 크게 틀리거나 어긋나는 부분이 없어 한 번 연주하고 바로 넘어갔다. 다음은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었다. 조가 바뀌는 부분만 조금 더 점검하고 리허설을 끝냈다.

리허설을 끝내고, 입장/퇴장을 어떻게 할지 잠시 이야기 한 후,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대에서 내려온 후 악기 가방과 짐 등을 다른 방에 정리해 두고, 다들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연주회 시작까지 25분, 우리 차례지는 40분이나 남아 있어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꼬르륵…

“아 배고파.”

내 말에 다들 배고프다며 맞장구를 쳤다. 원래 끝나고 밥을 먹을 계획이 없었다. 다들 배가 많이 고픈데다 연주회가 끝나도 뒷풀이가 없을 것 같아 밥 먹을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뭐 먹죠?”

다들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총무님이 알아서 식당까지 예약하는 걸로 하고, 밥 먹을 사람 수를 세었다. 나를 포함한 두어 명을 제외 하고는 모두 밥을 먹기로 했다. 사람 수를 세는 것 까지 끝나자 다들 다시 수다를 떨었다.

객석이 가득 찼다. 시간을 보니 7시. 연주회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순서가 한참 남아있어 오카리나 앙상블의 연주를 감상했다. 처음에는 지휘에 맞추어 세 곡을 연주했다. 그 다음은 연주자들이 스피커로 나오는 반주에 맞추어 두 곡을 연주했다. 이제 한 곡만 더 하면 우리 차례였다.

우리가 연주하기 직전 순서가 됐다. 객석에서 일어나 무대에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꼬르륵.

“아, 배고파.”

또 나온 내 탄식에 다들 한 마디씩 했다.

“맞아요. 배고파서 연주하기 힘들어요.”

“배에 힘이 안 들어가서 숨이 달리더라구요.”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가 연주가 끝나고 우리는 무대에 올라 연주를 했다. 연주는 나쁘지 않았고, 아무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연주 끝난 후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악기를 닦고 정리하는 시간이 평소의 반정도로 굉장히 빨랐다. 허허…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먼저 인사하고 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굉장히 빨리 나와 나를 따라잡았다. 내가 인사하고 나올 때까지 악기를 닦고 있는 사람들 얼굴도 보였다. 다들 진짜 심하게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