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해서 괜찮아

손님이 이렇게 하면 안되는 건가? 내가 좀 진상 같다. 본문

문화생활/커피향기

손님이 이렇게 하면 안되는 건가? 내가 좀 진상 같다.

상큼한 김선생 2009. 1. 2. 20:00
누가 뭐라고 한 것은 아니다. 그냥 자격지심이 든다. '손님이 좀 많이 까다로우셔서…'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나는 제일 가까운 곳이라 더 잘 되어서, 더 맛있게 만들기를 바라기 때문에 말을 하는 건데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분명 까다롭다. 그건 별개의 문제다. 맛난 음식을 먹기위해 일부러 찾았는데 더 잘해야겠다는 말 없이, 비싼 커피값을 내고 까다롭다는 소리 듣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커피애호가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단점을 이야기 하는 건데 까다롭다니, 사장이라는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도 내게 접근하기 좋은 곳이 거의 없기에 일부러 이야기를 다 하면서 몇 번 더 가고 있다.

가는 것이 점 점 더 힘들어진다. 따로 여분을 만들어서 맛 보며 커피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아니고, 만들고나면 그걸로 끝. 커피 맛 갖고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가격도 만만치 않고, 리필 전혀 없이 일일이 커피 값 다 받는 게 제일 부담스럽다. 아메리카노로는 리필이 된다지만, 아메리카노는 별로 먹고 싶지도 않다. 뭐 리필 안 해줘도 좋다. 커피 맛 갖고 대화라도 좀 해야 할 것 아닌가?

가격과 편안하지 않음 때문만은 아니다. 몸도 힘들다. 커피 먹으면서 머리가 딩하다거나 속이 쓰리다거나 취하는 게 힘들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아니, 좋은 커피를 마실 때는 취하지도 않고 속이 그렇게 쓰리지도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나면 몸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졌는데… 그런 커피를 언제쯤 다시 마실 수 있을까? 아무튼, 몸이 힘들다.

커피를 내리는 모습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성분을 다 빼려는지 심하게 가늘게 갈아 좀 높은 온도로 내린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쫙 빼서 내린다. 진하게 내리는 것이 아니다. 잡맛까지 다 빼는 것이다. 공부를 별로 안 하는 것일까? 아니, 비전문가인 내가 어줍잖은 지식으로 판단하는 것일까? 내 말을 들어주기 바라는 어리광일까? 이렇게 하는 내가 진상손님인가?

실은 볶은지 한 달 쯤 된 원두를 가져갔었다. 향이 좀 빠지긴 했지만, 어제 집에서 내려서 먹을 때 그 곳 커피보다 맛있었기에 한 번 보라고 하려고 했는데, 차마 그렇게는 못 했다. 너무 잔인한 것 같고, 예의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맛난 커피가 먹고 싶다. 아니, 나쁘지 않은 커피라도…

'문화생활 > 커피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스프레소 마시기  (2) 2009.05.18
환상적인 커피 하와이 코나  (0) 2009.05.15
더치 만들기와 마시기.  (0) 2009.05.01
커피를 맛있게 먹고 싶다.  (0) 2008.12.31
커피도 마셔본 사람이 마신다.  (2) 200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