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해서 괜찮아

커피를 맛있게 먹고 싶다. 본문

문화생활/커피향기

커피를 맛있게 먹고 싶다.

상큼한 김선생 2008. 12. 31. 00:12
진주 있다가 제주와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커피 볶는 카페. 아직 단 한 곳에만 두 번 가봤는데 강배전으로 볶는다고 볶았는데 속이 좀 타버리고, 기름이 다 빠져나와 산화가 진행되는 상태의 커피였다. 어제 마신 것은 과테말라와 만델린, 둘 다 상태는 별로 안 좋았다. 과테말라보다 만델린의 상태가 더 좋긴 했다. 오늘 마신 것은 케냐AA와 예가체프. 케냐 AA는 진짜 심했고, 예가체프는 먹을만 한 정도였다. 어제는 알바생만 있었고, 오늘은 사장님이 있었다. 주워들은 것이 많은 까칠한 시어머니같은 잔소리쟁이라 가서 맛없다고 틱틱대고 그랬다.

그래도 그냥 말 없이 가는 것은 가게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 그런 것은 싫기에 이 말 저말 다했다. 저 사람 자존심 따위보다 저 사람 커피가 좋아지는 것이 내가 더 맛있는 커피를 먹는 지름길이니까. 그 사장님이 혹시 원하는 커피가 있냐고 하길래 사나니, 코라티에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건 육지서도 구하기 힘들다면서 그러신다. 사람들이 먹으면 나도 많은 종류를 여러 배전으로 하고 싶은데 지금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라 어렵다고 하신다.  커피 볶은 것 10일 정도면 버린다길래 한 소리 했다. 가스빠지는 시기는 생각 안하냐고, 그리고 조금 약하게 볶으면 안 되겠냐고… 아, 여러 소리 했구나.

내가 진주에서 단골로 가던 카페 테로의 사장님은 이런 말씀을 했었다. "내가 좋은 커피를 마시려면, 남들 좋은 커피를 먹여야 한다." 그래서 항상 공부하는 자세에, 손님들과 다양한 커피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맛이 어떠냐고, 문제점이라던가 커피 볶는 것, 내리는 것까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덕분에 나도 좋은 커피를 먹고 싶어 어줍잖게 바리스타에게 잔소리를 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커피 맛이 다 죽어 있는 걸. 맵고, 쓰고, 탄내와 카라멜 향이 다 섞여 오랜만에 커피 거부 반응이 오는 걸. 머리가 아닌 몸이 반응하니 정말 미칠 노릇. 그나마 예가체프를 먹고 몸이 좀 회복될 정도였다. 사장님은 커피도 안 먹어보고 냄새도 안 맡고 하시는 것 같았다. 드립방식도 좀 희한했고…

거기다 오늘 진주에 연락했다가 들은 소리. 이번에 예맨, 사나니 잘 볶였다는 염장질… 여자친구생각이 간절했다. 같이 가서 마시면 좋은데, 아... 갖고 온 커피나 집에서 내리면서 좀 버텨야겠다. 여자친구한테 커피 택배도 부탁하고 ㅎㅎㅎ 아흐흐흐

제주에 좋은 커피 볶는집 아시는 분 추천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