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해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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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집위원이 되고 석달 째

상큼한 김선생 2008. 6. 29. 20:37
독자편집위원을 뽑을 때 시원하게 씹어주실 분이라기에 열심히 마음을 잡아서 단점 위주로 보려고 노력해왔다. 그 이미 첫 번째, 두 번째 모임에서 냉철한 시각으로 꾸짖는다는 말을 들었다. 세 번째 모임에서는 그런 캐릭터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까칠하고 독설(?)을 하는 캐릭터로 박혀버린 것 같다.

칭찬하는 와중에 툭 던져서 까고, 하나 까기 시작하면 거기에서 또 나오는 특정 단어들을 하이퍼링크 삼아 끝까지 까댔다. 특정 언론들과 시각이나 글을 비교하기도 하고, 포퓰리즘에 편승하여 기사의 질이나 시각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여 독편위에서 직접 까댔다.
쌓아둔 불만을 차곡 차곡 준비해서 한 번에 확 터트릴 준비도 했다. 독자편집위원회라는 역할놀이에서의 내 캐릭터와 본래 성격 덕에 건덕지가 보이면 바로 흥분해서 터트린다. 칭찬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씹기 위해 모인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서 찾아서 조언할 생각보다 까대기 바빴다.

나는 뒤끝이 아주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 오래가서 힘들고, 남에 대한 뛰끝은 며칠 정도는 간다. 한 번 공격받았다 생각하면 최소한 연속해서 같이 있는 동안은 건덕지 잡히면 공격한다. 특히나 까대기 위한 역할을 맡았을 때는 흥분을 해서 꼬투리를 잡아 공격을 하게 된다.
그렇게 공격을 하고나서 시간이 지나면 미안한 마음에 너무 힘들다. 나 자신에 대한 뒤끝이 남아 나를 괴롭힌다. 나를 씹지도 않고, 나에 대한 핑계도 대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더 심하게 괴롭다. 까대기나 하는 주제에 니가 지금 씹는 것이 정당하기냐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독편위를 맡은 이후에 한겨레21 말고 어떤 글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잘 안 생긴다. 시각이 점점 좁아져 까대기 위한 까댐만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등이라도 해서 마음의 부담을 덜어버리려고 생각했다. 그래야 공부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고, 좁아진 시야도 넓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1등으로 올려서 얻은 것은 내가 공부를 할 여유 뿐.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더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계획해서 씹으려고 지난호를 찾으면서 하려니 자꾸 흐름이 끊겼다. 이래서야 별로 영양가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열심히만 할 뿐 정당한 비판을 논리정연하게 하기나 했나?'

앞으로 글 올리는 등수에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말을 조금 더 생각하고 정리한 후에 할 것이다.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과하게 하기에 줄일 것이다. 좀 더 시원한 느낌이 들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시 한 번 잡아본다.



이 글의 원본은 http://www.mediamob.co.kr/yugwif/에 있습니다. 블로그 두 개를 동시에 운영하기 위해 예전 글들을 퍼오고 있습니다.